*현대 판타지(?) AU.

*진지함은 없습니다.

*적흑 요소 매우 얇습니다.




신은 잠들었다. 7일간의 창조 후에. 많은 천사의 타락 후에. 인간이 낙원에서 내쫓긴 후에. 


신이 잠든 후 인간은 천사와 악마의 사이에서 농락당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인간들이 사는 중간계는 천사와 악마들의 싸움판이 되었고, 그 싸움은 미카엘과 루시퍼가 인류의 전부를 죽일 수 있는 무기를 개발한 후까지 이어졌다. 그 무시무시한 무기가 실제로 한번 사용된 후, 둘은 '하나님의 오른편에 서는 자'의 자격과 '지옥의 지배자 사탄'의 자격으로 협약을 맺어 방법은 바뀌었지만 아직 싸움은 계속 되고 있다.



*



쿠로코 테츠야, 16세. 세이린 고교 1학년. 중간계에서 인간으로 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사실은 악마다. 더 정확히는 타락천사. 


위대하신 루시퍼님의 명령 아래에 중간계 정복의 임무를 명령받아 중간계에 잠복하며 세상을 지옥에 더 가깝게 물들이고 있다. 즉, 수업을 태만히 해 교사를 분노의 죄업에 물들이고 있다. …워낙 선천적으로 존재감이 없기 때문에 효과가 있냐고 하면 의문이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오늘도 태평히 수업시간에 소설을 읽고 있던 쿠로코는 수업이 마치는 종이 울리자마자 주섬주섬 책을 가방에 집어넣고 교실을 빠져나왔다. 오늘은 근처에 쿠로코처럼 인간으로 변해 잠입하고 있는 동료들을 만날 접선 시간이다.


토오에 다니고 있는 아오미네 다이키, 본모습은 거대한 흑표범이다. 카나가와 현에 있는 카이죠에 다니고 있는 키세 료타. 본모습은 황금빛 여우. 일본에서야 신으로 숭상받고 있다지만 어쨌든 그도 악마다. 둘 다 쿠로코처럼 타락천사일지도 모른다. 자세한 건 관심없다. 


중간을 취해 토오 근처 마지바에서 만난 셋이 평소처럼 데리야끼버거 세트x3과 바닐라 쉐이크와 새우버거(와 근처 편의점에서 사온 미네랄 워터)를 시켰다. 


"난 오늘도 농구부 활동을 빼먹으면서 주변 녀석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고!"


제일 먼저 자신의 성과를 자랑한 건 아오미네였다. 


"나, 나도! 나는 내 멋진 외모로 주변을 시기로 물들이고 있슴다!"


키세도 이에 질세라 얼른 성과를 내보였다. 하지만 쿠로코는 얌전히 아오미네의 데리야끼버거 세트에서 감자 와플 튀김을 야금야금 빼먹고 있을 뿐이었다. 그냥 감자튀김 보다 맛있지만 추가금이 들어서, 평소에 지원 받고 있는 활동비 대부분을 책에 쏟고 있는 쿠로코에게는 가끔 맛 볼 수 있는 별미였다.


"쿠로콧치는요?"

"평소와 같습니다."

"에─안됨다. 그 정도로. 아카싯치한테 화날거에요?"


맞은편에 아오미네와 앉아있던 키세가 쿠로코에게 몸을 바짝 가져다대며 말했다. 진짜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건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쿠로코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해주는데 왜 화를 내겠는가. 


"내俺가 뭘?"


그때 갑자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쿠로코 앞에 놓여져 있던 바닐라 쉐이크를 홱 낚아채 쭉 빨아먹고는 다시 쿠로코 앞에 놓아줬다. 


"엑, 아, 아아카싯치, 지요…?"

"그럼 누구로 보여, 키세?"


천계의 '가장 빛나는 샛별' '첫번째로 빛나는 별' 등등 화려한 수식어를 달다가 지금은 지옥에서 '사탄'의 지위에 올라있는 아카시 세이쥬로가 쿠로코 옆에 털썩 앉았다.


"일찍 왔네요, 아카시군."

"아아."


아카시가 그렇게 대충 대답하며 아오미네의 감자튀김을 몇개 집어 입 안에 털어넣었다.


"내 감자튀김이 공공재냐?"

"그래서, 내가 먹는게 불만이야?"

"아니, 그건 아니지만."


아오미네가 조금 불만을 토했다가 다시 얌전히 감자튀김을 두 뻔뻔쟁이들에게 내어줬다. 버거와 콜라를 가져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어차피 아카시한테서 나오는 활동비이기도 하고.


"이런, 즐거워 보이네, '형님'?"


그리고, 갑자기 방금 나타난 아카시와 똑같은 목소리와 모습으로 루시퍼 아카시를 형님이라 칭한 아카시가 서글서글하게 웃는 낯으로 셋에게 인사했다.


"안녕, 오랜만이지, 테츠야, 다이키, 료타."

"엣, 미카엘치, 오랜만입니다."


키세가 먼저 반응해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어전의 왕자王者' 미카엘 아카시 세이쥬로였다. 루시퍼와 미카엘은 똑같이 회색 교복을 입고 있어서, 루시퍼쪽이 앞머리가 짧고 오드아이라는 걸 제외하면 친한 사람도 잘 구분하지 못할 정도였다.


"넌 또 왜 여기까지 쫓아와."

"그거야 협약에 의거해, 형님의 행동을 감시하기 위해."

"그것 참 시간도 많다."

"형님도 어차피 나를 감시해야 하잖아?"


루시퍼 아카시가 명백하게 혀를 차며 비꼬았음에도, 미카엘 아카시는 명랑히 웃으며 아오미네와 키세를 벽쪽으로 밀고 밀어 자리를 만든 다음 털썩 의자 끝에 앉았다.


"아아아아, 자리 없슴다. 짜부러짐닷!"


벽쪽에 앉아있던 키세의 비명은 아카시들에게는 무시당했다. 기껏해야 쿠로코가 들고 있던 와플 감자를 하나 손에 쥐어준 것 뿐이었다.


"쿠로콧치…!"


키세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는지 감격해 하트가 난무할 것 같은 눈으로 쿠로코를 바라보았다. 쿠로코가 시선을 피했다.


"근데 둘 다 교토에서 여기까진 왠 일이냐?"


아카시 세이쥬로는 둘 다 교토의 라쿠잔에 다니고 있다. 그걸 익히 잘 알고 있는 모두 중에서도 아오미네가 대표로 물었다. 


"모두의 성과라도 들을까해서. 오랜만에 모이고 싶기도 했고."

"에─화상통하라도 하면 되지 않습니까?"

"그걸로는 안 되는게 있으니까."


키세와 루시퍼 아카시가 그런 대화를 하는 동안, 미카엘 아카시는 스마트폰으로 라인을 사용하고 있었다.


"엑, 사츠키."


그걸 곁눈질로 보고 있던 아오미네가 벌떡 일어났다. 


"난 이만 간다."


아직 먹지 않은 버거를 가방에 밀어넣고 도망가려는 아오미네를 미카엘 아카시가 다리를 걸어 멈췄다. 의외로, 아니, 의외로가 아니다. 원래 과격하다. 


천부적인 운동신경으로 그걸 간신히 피한 아오미네가 미카엘 아카시를 노려다보았다. 그러나 그 대치는 얼마가지 않았다.


"후후후, 도망가려구, 다이쨩?"

"겍, 사츠키."

"알고 있어요~ 다이쨩이 도망갈 루트 같은 건!"


'하나님의 왼편에 서는 자'로 불리는 모모이가 칫칫 소리를 내며 가까이 다가왔다. 아오미네의 안색이 새파랗게 변했다.


"선생님들이 이번 과제도 안 하면 유급이래."

"끄응."

"어머, 도와주는 천사에게 그런 취급?"

"악마보다 더한 천사가."

"어머나."


퍼억, 모모이의 운동화가 아오미네의 종아리에 작렬했다. 다들 자업자득이라는 분위기로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곧 미도링과 뭇군도 올거야."

"네? 아키타에서요?"

"응, 내가 불렀어."


쿠로코의 질문에 미카엘 아카시가 그렇게 말했다. 


"무슨 일 있습니까?"

"그냥 오랜만에 모이고 싶어서. 그러면 안 돼?"

"그건, 아닙니다만."

"흥, 그게 아니라면 조금은 기쁜 얼굴을 하는 게 어떻겠냐는 것이다."


갑자기 등장한 190을 넘는 장신에 모두의 얼굴이 공중으로 향했다. 

'어서와, 미도링!''안녕하심까, 미도리맛치''미도리마.''오랜만입니다, 미도리마군''잘 지냈어, 미도리마?''좋은 저녁이냐, 신타로' 


등등 인삿말이 동시에 건네졌다. 미도리마가 좌석을 스캔했다. 호리호리한 몸매이긴 하지만 다리부터가 긴 그가 앉을 자리는 없어보였다. 결국 7명이 의자와 책상을 더 붙여와 문제가 해결됐다. 미카엘 아카시 옆에 앉은 미도리마가 인상을 찌푸렸다. 


"악마와 한 탁자를 두고 앉다니."

"이제와서 뭘."


미카엘 아카시가 바로 츳코미를 넣었다. 한쪽에서는 모모이와 아오미네의 과제 러닝타임이 강제로 시작되었다. 


"아~ 자고 싶어~ 그만두고 싶어~ 쓰러지고 싶어~"

"아츠시."

"무라사키바라."


투덜거리며 자리로 다가온 거구의 고교생에게 미카엘과 루시퍼가 벌떡 일어나 반겨주었다. 동시에 이름과 성을 호칭하고, 서로를 노려본 건 덤이었다.


"에, 오랜만이야, 타락한 쪽의 아카칭."

"오랜만이야, 무라사키바라."

"그리고, 쿠로칭도. 여전히 천사들을 유혹하고 다니는구나~"

"딱히 유혹한 적은 없습니다만."

"그렇지만 우리가 내려온 건 쿠로칭과 만난 천사들이 대부분 타락했기 때문이야? 샛별인 쪽의 아카칭도 그렇고."

"타락하라고 한 적 없어요. 애초에 색욕은 담당이 아니고."

"그거야 그렇지만~"


무라사키바라가 자리에 앉았다. 단숨에 자리가 좁아졌다. 


"그래서, 정말 무슨 일이야? 쿠로칭와 사탄의 결혼이라도 발표하는가 했더니~"

"에, 바보임까, 무라사키바랏치. 결혼은 신성한 것이라 신의 축복이 필요하잖아요? 그거야말로 악마인 우리들에게는 필요없,"

"키세칭은 조용히 하구~"


무라사키바라가 하품을 하며 가방에서 우마이봉을 꺼내 포장지를 벗겨 모구모구 먹기 시작했다.


"가게에 폐가 되잖아, 무라사키바라."

"에- 버거는 싫구~"

"아츠시를 내버려둬. 오늘 정도는."

"그렇긴 한데."


루시퍼 아카시가 미카엘 아카시의 말에 보기 드물게 순순히 물러났다.이제껏 조용히 있던 쿠로코가 크흠, 헛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


"무라사키바라군. 오랜만에 모이니까 즐겁지 않습니까?"

"그것보단 집에 가고 싶어~ 졸려~ 쉬고 싶어~"

"모두, 무라사키바라군의 생일을 축하하고 싶어서 모였어요."

"에~ 그건 어차피 인간의 생일이고. 그것도 내일이고."

"그렇지만 그것도 소중하잖아요? 거기에 모두의 시간이 되는게 오늘이었거든요."


쿠로코가 두 눈을 깜박이며 무라사키바라를 쳐다보았다. 무라사키바라가 두개째 우마이봉 포장지를 벗기며 투덜거렸다.


"역시 쿠로칭은 아카칭까지 타락시킬만 하구~"

"딱히 타락시킬 생각은,"

"없었지만 내가 타락했지."


쿠로코의 말을 끊고 루시퍼 아카시가 그렇게 말했다. 쿠로코가 조금 불만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생일 선물 받고 싶은 것 있습니까?"

"응~? 아마도, 쿠로칭과 아카칭이 이대로 사이 좋게 지내는 거?"

"그거야 쉬운 일이군."

"그렇지? 그러니까 나 이제 가볼래~"

"엣, 선물은 받고 가야져. 무라사키바랏치."

"맞아, 아츠시."

"선의를 무시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무라사키바라."

"어이, 사츠키. 나도 무라사키바라 선물은 준비했다고."

"이것만 풀고 가도록 해."


와글와글 시끄러운 소리가 테이블을 뒤덮었다. 그 사이로 쿠로코가 루시퍼 아카시와 미카엘 아카시를 차례로 쳐다보았다. 서로 눈이 마주친다. 그리고 그대로 선물 증정길에 올랐다.




*

아몬=쿠로코

벨페고르=아오미네

레비아탄=키세

루시퍼=오레시


미카엘=보쿠시

라파엘=미도리마

가브리엘=모모이

메타트론=무라사키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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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os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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