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요괴<-유령

*보쿠시가 유령입니다. (죽음재료 있음.)



[어이, 뭐해?]

['그거' 아직도 살아있어?]


시끄러워.


아카시 세이쥬로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반응을 보이면 안 된다. 반응을 보이면 저것들이 더 좋아한다는 건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아카시 세이쥬로는 은테 안경을 끌어올리며 보고 있던 책에 정신을 집중하려 애썼다.


[에비~!]


눈 앞에서 불쑥 튀어나온 눈알이 튀어나온 남자의 영혼을 그대로 뚫고 지나간다. 


[아~ 재미없어~]


'정말 바보같네, '형님'은.'

'너도 시끄러워.'


그때였다,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온 건. 


'이런, 그렇게 나오면 이번에 알아온 건 안 알려준다?'

'또 쓸데없는 것 뿐이겠지. 한두번이야?'

'설마.'


아카시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도 없는 허공이겠지만, 아카시에게는 자신과 똑같은 얼굴의, 다만 눈 한쪽 색깔이 다를 뿐인 남자 하나의 모습이 떠올라 있었다. 다만, 입은 옷이 다르다. 그가 입고 있는 것은 하얀 수의다. 


'그럼 뭐야?'


옆에서 아카시와 같은 교복을 입은 짧은 검은머리의 남학생 하나가 아카시를 보고 이크, 하는 표정으로 멀리 돌아가는 것이 보였다. 아카시의 기행은 이미 주변에 유명하다. 이제와서다.


'알아냈어.'


'동생'이 빙긋 웃었다.


'그가 봉인된 장소.'



*



어린 시절부터, 상대는 곁에 있었다. 누구나 그런 줄 알았다. 유치원에서 수호천사 이야기를 배웠을 때는 수호천사인 줄 알았고, 그때는 상대도 아카시 자신과 같은 나잇대의 모습을 취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가?' 라고 하고 있었다. 마침 선생님이 말한 것처럼 하얀 옷도 입고 있었다. 그게 수의라고 안 것은 조금 큰 뒤 어머니가 같은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본 뒤다. 


사이가 좋았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나쁜 사이는 아니다. 다만 아카시 자신이 조금 까탈스러워지고, 상대가 조금 심술궂어진 것 뿐이다.


서로가 서로를 지켜줘야 한다고 믿고 있고, 그걸 어머니만이 알고 있었던 때. 아마 자신의 체질은 어머니에게서 온 것일 것이다. 어머니는 쉽사리 아카시 자신의 이야기를 믿었고, 대응법도 몇가지 가르쳐주었다. 


다만 어머니가 보이는 사람이었냐면, 글쎄. 딱히 그랬던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어머니 곁에서는 소리내서 대화할 수 있었다. 혼자 중얼거리고 있으면 이상한 취급을 받았던 시기라, 그건 꽤 해방감이 드는 시간이었다.


지금이야 속으로 대화하는 법을 익혔다. 그리고 그걸 가르쳐 준 존재가 바로, 지금 아카시를 이런 산속까지 등산하게 만든 존재다. 


"너 나를 약 올리려고 하는 건 아니지?"

[설마. 내가 그렇게 형님에게 악감정이 있는 것 처럼 보이나?]


그건─


장담할 수 없다. 죽일 정도로 미워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보통 형제만큼은 사이가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태어나기도 전에 죽은 '동생'이 살아있는 '형'인 아카시 자신을 부러워하는 언동을 보이기 시작한 건 몇년 정도 된 이야기다. 그러니 골탕먹이려고,


[집중해, 형님.]


동생이 한숨을 쉬며 아카시 자신의 주의를 돌렸다. 


[거의 다 왔어.]


동생이 저 멀리 작은 구멍을 가리켰다. 



-



동생을 동생이라고 알게 된 것은 어머니가 돌아가실 즈음의 이야기다. 그를 만난 것과 일치한다. 그는 하늘색 머리에 그와 같은 색의 하오리를 덧입고 있었다. 


[이봐요, 거기의 쌍둥이들. 혹시 짙은 피부의 남자나 흑표범을 보지 못 했습니까?]


우리는 그 말을 듣고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쌍둥이? 아니야, 그는 내 수호천사인데?"

[…이런, 실수했네요. 어느쪽이든 본 적 없다는 이야기죠? 실례했습니다.]

[잠깐, 우리를 보고 왜 쌍둥이라고 생각한거야?]


남자는 우리를 번갈아 보고 한숨을 쉰 다음, 말을 이었다.


[수호천사라면 머리 위로 천사의 링이 있었겠죠. 요괴라면 괜히 그렇게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똑같은 모습을 할 필요가 없을테고. 간단한 소거법입니다.]

"쌍둥이가 있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어."

[아마 한쪽이 유령인 걸 보면 일찍 죽었다는 이야기고, 배안에서 죽었든, 태어나서 죽었든 어린 아이에게 이야기할만한 건 아니죠.]


그런가? 우리는 서로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나서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는, 그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를 다시 본 건 그리 오래지 않아서 였다. 어머니에게 뱃속에서 사산한 '동생'의 이야기를 듣고, 관계를 재정립하고, 곧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무렵. 보호색이라도 되는 것 마냥 하늘에 떠서 숨어 있어서 그를 발견했다.


"거기의 유령인지 요괴인지 모를 정체불명의 누에."

[내려와. 아니면 내가 올라갈까?]

[후우, 역시 괜한 참견은 하는게 아니였군요, 이 귀염성 없는 쌍둥이들.]


그러면서 슬슬 내려오는 모습에 서로를 마주보고 웃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부터 그는 종종 우리에게 들렀다. 어쩌다가 이야기가 나온 어머니를 잃은지 얼마 안 된 것을 안쓰럽게 여긴건지, 그게 아니면 본인도 심심했던 건지 모른다. 지금은 알 수 없다. 



*



"뭔가 있는 건 확실하네."

[응?]

"박쥐 배설물은 있지만 박쥐는 없어."


다큐멘터리로 봤던 흔적들과 비슷한 흔적들을 가리키며 동생의 질문에 대답했다. 조금 더 안 쪽으로 다가가자, 모르는 사람이 보면 사이비종교의 본거지라고도 할 만한 말뚝과 돌바닥에 새겨져 있는 이상한 문양과, 그 중앙에 있는 거대한 바위 같은 것들이 보였다. 


그러나 일반인이라면 보이지 않았을 그 바위 위에, 아카시들은 익숙한 하늘색 머리의 요괴가 있는 것이 보였다. 


아카시는 준비해 온 도구로 말뚝을 파내고, 진을 지우기 시작했다. 



-


어머니가 죽고나서, 아카시들은 자신을 찾아와주고는 하늘색 머리의 남자에게 애착을 가지기 시작했다. 주변에는 똑같은 풍경을 보는 사람도, 혹은 보지 못해도 긍정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러나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는 어머니가 감싸주었지만, 이후에는 그러지 않았다는 걸 아카시들은 뒤늦게 깨달았다.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아카시의 모습이 부친의 귀에 들어간 것이다. 


부친은 아마도 어머니의 집안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인지, 아카시에게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가만 물었다. 처음이나 마찬가지로 받은 아버지의 관심에 아카시는 솔직하게 모든 것을 떠들어댔다. 어머니처럼 이해해주리라 믿었다. 그게 잘못이었다. 


집안에 아버지가 부른 자칭 퇴마사라는 것들이 들어왔고, 그들은 하늘색 머리의 그를 억지로 끌고갔다. 제대로 기억나는 것은 거의 없다. 다만 확실한 건, '동생'을 대신해 몸을 던지는 그의 모습과 그를 끌고가는 이상한 옛 헤이안 시대의 옷 같은 것을 입고 얼굴을 가린 집단의 모습. 아, 그래, 그 집단이 아카시를 내려다보고 있는 장면도 기억난다. 


*


"이름도 몰라, 결국 정체도 몰라, 찾고 있던 이도 몰라."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그에게 빚을 졌어. 절대로, 풀어주어야만 해.]


문득 중얼거린 말에 동생이 뒤이었다. 그렇다. 일단 이 빚을 갚고나야 무슨 일을 해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할 수 있으면, 깨어난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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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os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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